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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박목월 -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 시집 <청담>(1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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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김남이
보일 듯 보일 듯이 가슴 속 깊은 정을
뽀오얀 베일속에 아련히 묻어두고
이제는 그리움으로 가슴 속을 채운다.
세월의 한 가녘을 오가던 발자욱이
하아얀 숨소리로 영혼 속에 젖어 들면
지순한 그 가슴 속에는 그리움이 남는다.
언제나 포근함을 그 속에서 느껴보고
새하얀 발자욱이 설레임을 부르며는
내 영혼 머언 들녘에는 아련함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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