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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님의 침묵>(1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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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면서 정일옥
굳이 붙드시면
내 어이 가리마는
잡을 이 없는 손목
부를 이 없는 이름
바람에 구름 가듯이
가는 길엔 낙엽이 집니다.
누가 가라 재촉해서
보낼 이 없건마는
죽어서 다시 만나잔
약속도 뒤로 두고
사뿐히 눈 내리는 길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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