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5. 3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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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황동규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뒷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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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졸고 있는 봄날 - 전 연 욱 -

 

 

자네 왜 또 날 찾는가

 

도깨비 형상 잡고

씨름하는 시늉 부질없네

 

얼마큼

뼈를 삭혀야

이승 일 꿈 밖이라 하리

 

모래알 만지작 거리 듯

꿈을 쥐었다 흘린 손

 

그 손 다 털지 못해

강물에 씻어 말리니

 

산수유

앙증스런 속눈썹

씨앗 품고 불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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