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6. 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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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침실로 - 이상화 -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寢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

, 행여나 누가 볼런지 -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 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 <백조3>(1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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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에서 이인자

 

 

순금 빛 햇살 한점

베어 문 낙엽 따라

 

석탑 위 맴돌다가

손 모은 풍경소리

 

후드득

떨어진 시간

밟고 가는 작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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