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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62.
/ 신웅순(시인ㆍ평론가ㆍ중부대명예교수)
남쪽 끝 바다 너머
거인이 사나보다
육지에 오고갈 때
빠지지 않으려고
커다란 징검다리를
군데군데 놓았다
-임기종의 「다도해」
남쪽 끝 바다 너머 거인이 사나보다.
육지를 오고 갈 때 빠지지 않으려고 커다란 징검다리를 군데군데 놓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편을 연상케 한다.
남쪽 끝 바다 너머 거인 걸리버가 살고 있나보다. 발상이 놀랍다.
어린이가 아니고는 누구도 섬을 징검다리로 생각할 수 없다.
미사여구도 꾸밈도 없다. 시는 이런 것이다.
빠지지 않으려고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것이다.
문학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말이다. 빠지면 안 되는 이유가 명작을 만들어 냈다.
터무니 없는 과장이 시가 되었다. 터무니 있으면 그것은 이미 시가 아니다.
-주간 한국문학신문, 2022.12.7.「다도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