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어느 산사에서

임기종 2023. 7. 2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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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사에서

 

산그늘 흘러들어 좌선하는 연못에

돌탑이 내려놓은 이끼 낀 탑 그림자

조용히 손을 놓으니 물위에서 산을 탄다.

 

온종일 쏘다니던 동자승은 잠들고

부연(附椽)끝 풍경(風磬)소리 떨림이 멈춰서면

노을도 서산을 넘어 잠자리를 채비한다.

 

등 가려운 노승은 싸리가지 효자삼고

숨 가쁜 기침소리 처마 끝에 걸리면

산사(山寺)는 어둠을 베고 산이 되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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