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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우화 72

임기종 2014. 9. 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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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꺼번에

  한 사람이 1만 루피의 금화를 모았다. 그 사람의 바람은 1만 루피가 모이는 날, 그것을 라마크리슈나(인도의 성자)에게 바쳐서 내생의 편안한 삶을 얻는 것이었다. 작은 공물을 바쳐서도 큰 공덕을 얻는다는데, 1만 루피의 금화라면 신의 궁전까지도 살 수 있을 것이었다마침내 그는 라마크리슈나에게로 가서 그 금화 보따리를 내놓으며 말했다.

  "이것을 당신에게 바치고자 하니, 부디 받아 주십시오."

  라마크리슈나는 기이한 사람이었다. 전통적인 승려라면 대개 그런 보시를 거절하기 마련이었다. 전통적인 수행자라면 자신은 속세를 떠났기 때문에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그러나 라마크리슈나는 전통적인 타입이 아니었다. 그는 말했다.

  "좋다. 그 돈을 받아들이겠다. 다만 나를 위해 한 가지 일을 더 해 다오."

  그 사람이 말했다.

  "저는 당신의 미천한 종입니다. 무엇이든 시키십시오."

  라마크리슈나의 사원 뒤쪽으로는 갠지즈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금화를 모두 갠지즈 강으로 가지고 가서 강물 속에 던져라."

  그 사람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1만 루피의 금화를 강물 속에 버리라는 말입니까?"

  그러나 이제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이미 금화의 소유자는 라마크리슈나였으며, 라마크리슈나가 말한 것이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사람은 금화 보따리를 들고 갠지즈 강으로 갔다. 그런데 몇 시간이 흘러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라마크리슈나는 생각했다.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5분 거리도 되지 않는데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래서 그는 제자 한 사람을 시켜 찾아 나서게 했다강에는 수많은 군중이 운집해 있었으며, 그 사람은 금화를 하나씩 집어들어 일단 돌멩이에 두들겨 본 다음 강 속으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 금화를 줍기 위해 강물로 자맥질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진풍경이었고, 그 사람은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이 소식을 전해 듣자 라마크리슈나는 말했다.

  "이 자는 바보 천치다. 그에게 가서 말하라. 어떤 것을 수집할 때라면 그 숫자를 세지만, 버리는 마당에 왜 시간을 낭비하는가? 한꺼번에 던져 버려라."

 그대에게 조건 지워진 것, 그 정신적인 관념들, 믿음 체계들을 버릴 때는 서서히 버리지 말라. 그것들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꺼번에 버려라. 만일 그대가 한 순간에 그것들을 모두 버릴 수 없다면 결코 그것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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