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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의 진심

"흐흐흐흐." 사람만 보면, 아니 혼자 방안에 있을 때도 동궁 양녕은 미친 사람처럼 히죽히죽 웃는다. 태종 임금의 맏아들로서, 앞으로 임금 자리에 오를 왕세자가 미쳤다는 소문이 장안에 쫙 퍼졌다. 양녕은 그럴수록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낮에는 사냥을 하고, 밤에는 대궐 담을 뛰어넘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오가는 사람을 때려눕히기 일쑤였다. 무술년, 이젠 양녕의 나이도 25세. 열한 살에 왕세자로 책봉된 후 오늘에 이르는 동안 그중 7, 8 년의 세월을 미치광이 노릇을 하고 지낸 것이다. 몇 해 전의 일이다. 양녕은 부왕 태종과 어머니 민비가 소곤거리면서 하는 이야기를 문밖에서 들었다. "참 아쉬운 일이오. 충녕과 양녕이 바뀌어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누가 아니랍니까. 충녕이 맏이였어야 할 것인데...

좋은글 2024.11.12

육담(肉談) .스님이 축원하니

시골 스님이 서울 경치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송기떡과 깨 밥을 싸가지고 남문에서 동쪽을 향해 가다가 사직동 뒷길에 이르렀다. 이미 날이 저물매 인경 칠 때가 다 됐는데 잘 곳이 없다. 밤에 순라꾼에게 붙잡힐 것 같아 한 재상가의 집 뒤 행랑 굴뚝 옆에 숨어 파루 칠 때를 기다리는데 밤이 깊어 삼경이 되자 온천지가 고요하다. 문득 그집 행랑방에서 한 사내가 그의 처에게 하는 말이 들린다. “우리 두 사람이 밤마다 그 일을 빼지 않고 하되 헛되이 정혈(精血)만 낭비하고 아직까지 자식 하나 얻지 못했으니 심히 괴상한지라 이는 반드시 축원을 하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니 지금부터 원하는 바를 정성을 다해 입으로 축원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자 여인이 “그걸 진작 그렇게 할 걸 그랬어요” 하며 남편을 향해..

해학과 재치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