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스님이 축원하니

임기종 2024. 11. 1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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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스님이 서울 경치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송기떡과 깨 밥을 싸가지고 남문에서 동쪽을 향해 가다가 사직동 뒷길에 이르렀다. 이미 날이 저물매 인경 칠 때가 다 됐는데 잘 곳이 없다. 밤에 순라꾼에게 붙잡힐 것 같아 한 재상가의 집 뒤 행랑 굴뚝 옆에 숨어 파루 칠 때를 기다리는데 밤이 깊어 삼경이 되자 온천지가 고요하다. 문득 그집 행랑방에서 한 사내가 그의 처에게 하는 말이 들린다.

우리 두 사람이 밤마다 그 일을 빼지 않고 하되 헛되이 정혈(精血)만 낭비하고 아직까지 자식 하나 얻지 못했으니 심히 괴상한지라 이는 반드시 축원을 하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니 지금부터 원하는 바를 정성을 다해 입으로 축원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자 여인이

그걸 진작 그렇게 할 걸 그랬어요

하며 남편을 향해

낭군의 소원은 어떤 자식을 원하십니까? ”

나는 풍신 좋고 지략 많은 건강한 남자애를 낳아 길이 후한 요포(料布)를 받아 아문(衙門)에서 일하며 쌀도 많고 돈도 벌기를 바라오

하며 처에게 묻기를

당신의 소원은 과연 어떠하오?”

얼굴이 예쁘고 영리하며 돈과 재물이 많고 시어미 시아비 없는 집 며느리가 돼 돈 쓰기를 물 같이 하며 또 우리 친정집에도 그 혜택이 미치게 하는 그런 여식아이 두기 원하오

하면서 이 큰 소망들을 성취해 보려고 그 일을 시작할 때 낭군이 그 물건을 크게 일으켜 세워 구멍에 꽂고 다시 수건으로 손을 씻은 후 경축하기를

성조도감신령전(成造都監神靈前)에 대마구종조성지원(大馬驅從造成之願)

색장구종(色掌驅從)조성지원. 행수사령(行首使令)조성지원.

인배사령(引陪使令)조성지원, 고직방직(庫直房直)조성지원,

기총대총(旗摠隊摠)조성지원, 이로부터 원을 따라 조성조성(造成造成)하여

지이다.”

하고 빌자 여자가 따라서 대대(對對)를 지어 축원하기를

삼신점지(三神點指)로 제석전수청시녀점지지원(帝釋前隨廳侍女點指至願),

선정각시(善釘閣氏)점지지원, 전갈비자(傳喝婢子)점지지원,

찬색저아(饌色姐娥) 점지지원, 아지유모(阿只乳母)점지지원,

모전분전말루하(毛廛粉廛抹樓下) 점지지원, 의녀무녀(醫女巫女)점지지원,

수모중매(首母仲媒)점지지원이니 한번 양정(陽精)을 받아 소원대로 점지

하소서

스님이 창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니 해괴 망칙하고 음란 질탕한 형상이 눈뜨고 차마 볼 수 없다. 그러던 중 스님의 아랫배가 뭉클하며 배 아래에 있는 물건이 크게 성을 내 부풀어 오르는지라 주먹으로 그 물건을 어루만지면서 희롱하며 축원하기를

나무아미타불. 불전인도화상출생지원(佛前引導和尙出生至願).

법고화상(法鼓和尙)출생지원. 바라화상출생지원.

대사수승(大師首僧)출생지원. 총섭승장(總攝僧將)출생지원이니

어찌 이 홀아비중이 홀로 남자를 낳으며 어찌 홀로 여자를 낳으리오.

아미타불도 할 수 없을 것이오. 관음보살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아난가섭(阿難迦葉)이 한자리 인연으로 아들 낳고 딸 낳았다는 말 내 아직 듣지 못했으니 저 방안 두 부부는 음양배합에 가히 축원하는 바가 있으나 문밖 객승은 상하독두(上下禿頭)에 아직 아름다운 짝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지라

이 같이 할 때 솟아오른 양물에 창문이 찢어지며 어느새 스님의 아래 독두가 방안으로 뛰어들자 방안에서 축원하는 소리가 갑자기 놀라 멈추더라.

-어수록(禦睡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