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과부의 보시

임기종 2024. 11.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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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오랫동안 정절을 지키고 사는 과부가 있었다. 어느 저녁 무렵 석장(錫杖)을 든 노승이 과부 집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한다.

제 집은 워낙 가난하고 또 남정네 없이 홀로 단간 방에 살 뿐이니 딴 데로 가십시오

하고 과부가 말한다. 그러자 노승은

날은 저물었고 주변에 인가가 없으니 하루 밤 재워 주시면 그 은혜가 크리다

하고 간청한다. 과부가 어쩔 수 없어 허락하고 보리밥과 토장국을 한상 차려드리니 스님이 달게 먹었다. 과부는 늙은 스님을 아랫목에서 쉬게 하고 자기는 윗목에서 자는데 옷도 벗지 않고 그냥 잔다. 서로 잠이 오지 않아 끙끙대던 중 스님이 잠든 체하고 다리를 여주인 허벅지 위에 올리자 여인이 공손히 내려놓는다. 얼마 후 또 한 손을 여인의 가슴 위에 놓자 여인이 공손히 내려놓으며

너무 곤하셔서 이러시는가보다

하고 중얼거린다.

새벽이 되자 일찍 단정한 밥상을 올렸다. 스님이 또 달게 다 드신 후 말하기를

볏짚 있으면 몇 단만 주시오

과부가 볏짚을 드리니 그것으로 스님은 가마니를 짜 주면서 말한다.

베풀어 준 후한 은혜를 무엇으로 사례하리까. 부족하지만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사례를 하려 하오

하고 소매를 떨치면서 나가는데 과부가 다시 보니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얼마 후 여인이 가마니 속을 들여다보니 이것이 웬일인가, 하얀 쌀이 그 속에 가득 들어 있다. 쌀을 궤 속으로 옮기고 나자 또 다시 가마니 속이 쌀로 불룩했다. 그 후 과부는 엄청난 부자가 됐다.

이웃 마을에 사는 욕심 많은 과부가 이 소문을 듣고 나도 중이 와서 재워 달라고 하면 꼭 그렇게 해야지하면서 스님이 찾아오기를 고대하는데 어느 석양 무렵 한 늙은 스님이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한다. 과부가 옳다구나 생각하고 저녁밥을 대접한 후 함께 한 방에서 자는데 여인이 거짓으로 자는 체하다가 먼저 자기 다리를 스님의 배 위에 올린다. 그러자 스님이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렇게 하기를 밤새도록 하다가 아침에 여인이 일찍 조반을 지어 대접하자 스님이 맛있게 드시고 떠날 때 과연 볏짚을 달라고 말한다. 여인이 너무 반가워 볏짚 여러 단을 가져다 드리자 스님이 가마니 한 개를 만들어 주고 훌훌히 떠났다.

한참 후 여인이 그 가마니 속을 들여다보자 이것이 무엇인가. 가마니 안에는 남자의 양물(陽物)이 가득 쌓여 있다. 여인이 크게 놀라 솥뚜껑으로 덮자 이번엔 솥 안에도 그것이 꽉 찬다. 여인은 미칠 지경이 돼 그것을 우물에 던져 버리니 그 안에도 온통 양물천지다. 곧바로 그것이 어지러이 날고 뛰어 온 집안에 가득 차는데 그제서야 여인은 자신이 너무 욕심 많은 것을 신승(神僧)이 경계(警戒)하신 것을 알고 비로소 깨치더라. -촌담해이(村談解滯)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