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세상인심

임기종 2025. 5. 19.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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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부잣집엔 언제나 손님이 들끓었다돈 있겠다, 가문의 지체 높겠다, 찾는 사람마다 주인 영감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였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사랑에 손님이 가득했다. 그런데 주인 영감이 방귀를 뀌게 되었다.

"엇험......"

주인 영감은 무안해서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손님 하나가 기회를 만났다는 듯이 아첨을 했다.

"영감님의 방귀소리가 우렁차기도 하군요. 게다가 구린 냄새라곤 조금도 없는데요?"

그러자 그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손님 하나도 선수를 빼앗긴 것이 아까운 듯 급히 덧붙였다.

"구린 냄새가 안 나기만 한다면 또 모르겠거니와 오히려 알 수 없는 향미마저 감도는 듯 합니다."  

주인 영감은 두 사람이 아첨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짐짓 무슨 큰  걱정이라도 생긴 듯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내 듣기에 사람의 방귀가 구리지 않으면 오장이 썩어서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오늘 내 방귀가 바로 그렇다면 그럼 나도 죽을 날이 가까워진 것인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손님 하나가 허공을 쥐어 코에도 갖다 대고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 척 하더니,

", 납니다. 이제야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군요."

하니 이어서 다른 사람 하나가 역시 한참 동안 냄새를 맡는 척하더니 낯을 잔뜩 찌푸리면서 코를 움켜 쥐더니,

"아이구, 이쪽에선  냄새가 아주 지독하군요."

하는 것이었다. 주인 영감은 이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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