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
새벽 새벽이 좋다 나는, 빛도 소리도 없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컴퓨터 자판이 토닥거리는 소리가 좋다 이른 봄 새벽에는 귀뚜리도 울지 않는다. 이른 봄 새벽에는 매미도 잠을 잔다. 그러다가 뽀얗게 동이 터오면 나의 희열은 정점을 찍는다. 붉은색에 흰색을 많이 섞고 노란색 약간 섞어 서서히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이 좋다. 이젤에 걸어 놓은 캔버스가 살며시 구도를 잡는다. 어둠이 허공으로 물러난다. 이제서야 숨이 쉬어진다. 눈이 떠진다. 나는 새벽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