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참억새 지붕과 판자 지붕

임기종 2015. 10. 13. 07:51
728x90

참억새 지붕과 판자 지붕

  사츠마지방의 사마즈 가 제16대 항슈 시마즈 요시히사가  머물렀던 고쿠부의 성문이 무너졌다. 성문은 원래 참억새  지붕이었기 때문에 가신이 이제 판자지붕으로 개조하자고 진언했다.

  "판자 지붕은 되어야 영주님의  위엄도 손상 받지  않을 겁니다. 참억새 지붕이라면 아무래도 좀....."

  요시히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성문이 영주의 위엄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느냐성문이 참억새 지붕이더라도 백성들이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외국사람이 보아도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 쓸데없는 짓을 해서 돈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야."

  영주의 마음가짐이 그러했기에 백성들이 고분고분 순종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요시히사가 지적했듯이 '성문''위엄'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사람들은 관련도 없는 두 가지를 연결지어 생각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남이 보기에 좋아 보이도록 집을 개축하거나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옮겨가려고 한다. 물론 집을 개축하는  이유가 위엄에 집착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집이 너무 오래되어 생활하기 불편할 정도라거나 식구 수가 늘어나서 공간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개축하거나 이사해야 한다. 그러나 많든 적든 집의 개축을 통해서 쓸데없이 허세와 허영을 부리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말할 것도 없이 허세란  실질을 수반하지 않는 외관적인 과시이며, 허영 역시 속은 텅텅 비었으면서도 가득 찬 것처럼 보이려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천박한 근성을 드러내는 일이다집을 개축하는 것도 위엄 문제라고 생각하고 여봐란 듯이 어깨를 으쓱이는 천하태평한 사람은 더 말할 가치도 없겠지만, 적어도 위엄과 성문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으므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둘을 관련지어 허세를 부리려는 천박한 자신의 근성을  반성하는 사람이더라도 아마도 이일화에 나오는 요시히사의 단호한 경지에는  좀처럼 도달하기 힘들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그런 습성은 무서운 마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일화의 명쾌한 교훈은 우리 자신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韓非子중에서- 이 들의 논쟁  (0) 2015.10.15
有生無生  (0) 2015.10.13
이야기 고사성어 - 학철부어  (0) 2015.10.13
韓非子중에서 -이익에 눈이 멀어  (0) 2015.10.13
부자가 되는 방법  (0)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