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밥+보`에서 `ㅂ`이 탈락된 형태이다.
`보`는 울보, 겁보, 느림보와 같이 체언이나 어간의 끝에 붙어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바보란 말의 원래 의미는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런 사람을 경멸하여 현재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나 멍청이를 가리키게 되었다. 같은 이치로 `밥통`이라는 속된 표현을 쓰기도 한다.다른 견해도 있다.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를 `팔삭이`라고 하는데, `팔삭이→바시기→바(약칭)`으로 변화되어, `바`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보`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말이라고도 한다.출처 : 우리말 유래 사전
바쁘다
‘바쁘다’는 그 뜻이 여러 가지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①일이 많거나 또는 서둘러서 해야 할 일로 딴 겨를이 없다 ②몹시 급하다 ③(주로 ‘-기(가)바쁘게’의 구성으로 쓰여) 어떤 행동이 끝나자마자 곧의 뜻을 나타낸다 ④(북) 힘에 부치거나 참기가 어렵다”의 네 가지 뜻이 있다. ④는 주로 북한과 중국에서 쓰이는 뜻이다. ‘요즈음 놀기 바쁘다’란 말을 들은 남한 사람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지만, 북한 사람이나 중국의 우리 동포들은 ‘노는 일이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니 힘들다’라고 해석되어서 남한에서는 그 단어의 바쁜 상태를, 북한에서는 바쁜 결과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바쁘다’의 ‘바쁘-’는 언뜻 보아 더 이상 분석이 되지 않을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숨이)가쁘다, 기쁘다, 나쁘다, 미쁘다, 어여쁘다, 예쁘다 ’ 등을 연상하면 어기에 접미사 ‘-쁘 ’가 통합된 것으로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접미사는 ‘ -쁘’가 아니라 ‘ -브’였다. 어기의 말음에 ‘ㅅ’ 등이 있어서 ‘ㅅ-브다’가 ‘-쁘다’로 된 것이다. 그러니 ‘바쁘다’는 ‘밧-’에 ‘-브다’가 붙어서 ‘밧브다’가 되었고, 이것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바쁘다’가 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것이다.
世間앳 밧디 아니 이 니르디 아니씨오<월인석보(1459년)> 이우즐 사괴면 밧븐 제 이셔도 서르 구완리라<정속언해(1518년)> 바 망(忙)<유합(1700년)> 밧 제 이 약 업거든 병 업 아 을 아 믈에 머기라 <언해두창집요(1608년)>
그렇다면 ‘밧-’은 무엇일까? ‘밧-’은 원래는 ‘밫-’이었다. ‘바차, 바시니’ 등으로 활용하였지만, 주로 ‘바차’ 형으로 사용되었다. ‘밫다’는 여기에 대응되는 한자가 ‘忙’이어서 ‘밫다’는 ‘바빠하다’란 뜻이었다. 그래서 ‘바차’는 오늘날의 ‘바쁘게 하여, 바빠서’의 뜻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간 ‘밫-’에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의 사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東南門 노니샤매 늘그니 病 니 보시고 내시니 西北門 노니샤매 주그니 比丘僧을 보시고 더욱 바시니<월인천강지곡(1447년)> 셔방님 바차 유무 보 답장노라<순천김씨언간(1565년)> 바차 말오 저야 공부 드려 다으게 라(不要忙)<번역박통사(1517년)> ‘안직 디 말라 바차 므슴 다’(且休上馬 忙怎麽)<번역박통사(1517년)>
‘밫다’는 15세기와 16세기 문헌에 등장하지만, 17세기부터는 보이지 않는다. 16세기 자료인 『번역박통사』(1517년)의 ‘바차 말오’와 ‘바차 므슴 다’가 『박통사언해』(1677년)에는 각각 ‘밧바 므섯리오’와 ‘밧바 말고’로 바뀌어 나타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즉 ‘바차’가 ‘밧바’로 변한 것이다. 이 ‘밫다’의 어간 ‘밫-’에 접미사 ‘- /-브’가 연결되면 ‘밫-’은 ‘밧-’으로표기되어 ‘밧다/밧브다’로 쓰이었다. 이것이 어중에서 된소리로 되어 ‘바다/바다’(또는 ‘밧다/밧다’)로 표기되고 현대 국어에 와서 이것이 ‘바쁘다’가 된 것이다. 물론 15세기와 16세기에 ‘밫다’와 ‘밧다/밧브다’는 동시에 사용되었다. ‘밫다’의 뜻이나 ‘밧다/밧브다’의 뜻이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서 ‘밫다 ’가 오래 전부터 쓰이었는데, ‘밧 다/밧브다’가 만들어진 이후 그 세력이 약해져 17세기에 그 자리를 ‘밧다’에 넘겨 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 다/-브다’접미사가 붙은 어기들은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미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것들도 있다.
‘(숨이) 가쁘다’는 ‘- + -브 + -다’로 분석되는데, 이것은 15세기에 ‘다/브다’로 나타난다 ‘힘들이다, 애쓰다란 뜻의 ‘다’는 ‘가, ’ 등으로 쓰이었지만 17세기 이후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쁘다’도 ‘- + -브 + -다’로 분석되는데, 이것은 ‘깃브다’로 표기되었다. ‘다’(기뻐하다)도 ‘깃거, 깃글’ 등으로 쓰이었는데 이 단어는 오늘날까지도 쓰이고 있다. ‘미쁘다’도 ‘믿- + -브 + -다’로 분석되는데, ‘믿다’는 15세기는 물론이고 지금도 활발히 사용되는 단어다. 그러나 ‘어여쁘다’는 ‘어엿- + -브 + -다’로 분석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5세기에도 ‘어엿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쁘다 ’ 역시 15세기에 ‘낟다’로 나타나기 때문에, ‘낟- + /-브 + -다’로 분석할수 있을 것 같지만, 같은 뜻을 가진 ‘낟다’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단어가 단일어로 생겨나면, 그 이후에 약간의 의미가 가감되거나 또는 변화된 파생어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로 두 단어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뜻이 같아지면 둘 중에 하나는 사라지는 운명에 놓이고 조금의 의미 차이라도 생기면 둘이 사이좋게 생명을 유지하는 단어의 생태를 보면 신비로울 뿐이다.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출처 : 국립국어원 ‘새국어소식’ 200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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