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말의 어원 61

임기종 2016. 3. 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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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고주알

꼬치꼬치 캐는 것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캔다고 한다. 이 말 속에는 조금쯤 끈질기고도 치밀한 느낌이 곁들여 있다. 하여간 뿌리를 캐도, 잔뿌리까지 깡그리 캐 버린다는 생각이다.

"아 글쎄, 처음 만난 처지에 그게 뭐야? 신상 조서라도 받는 것같이 미주알고주알 캐지 않아? 난 거기 딱 질렸어. 대답은 보나마나 노! .“

"미주알고주알 캐 보라지, 내게 뭐, 구린 데 한 군데나 있는지 말야."

도대체 "미주알고주알"이란 뭐냐. 본디 "미주알"이라는 말은 있다.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어쨌든 남의 항문까지 조사한다는 것이니, 이거, 아편 밀수 때에나 생겨난 말이었던 것인지 어떤지.

그는 그렇다 하더라도 "고주알"이란 또 뭐냐 하는 거다. 그냥 "미주알 캔다"해도 될 걸 가지고 왜 거기 "고주알"이 붙느냐는 거다. 이에 대해서는, "고조(高祖)->고주알"이라고 말하는 이를 보았다. 고조할아비까지 캔다는 생각에서였으리라. 그런데,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는 말이 있다. 이에서 살필 때, "밑두리""미주알"과 통한다 싶고, "콧두리""고주알"과 통한다 싶기도 하다. ""의 옛말은 ""여서, "고주알"이라면 콧속에 있는 그 알맹이같이 도드라져 있는 것이라도 가리키는 우리말인 것을, 우리가 지금 깜박 잊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가정해 본다면, 두 곳이 다 꾸끔스러운 곳으로 되어, 그런 곳까지를 파려 드는 것이 미주알고주알 캐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왕 "미주알고주알"에 대해서 그야말로 미주알고주알 캐기로 나선 것이니까 한 번 더 되짚어 생각해 본다면 "미주알"이나 "고주알"같은 말에 특별한 뜻이 없는 채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 "미주알"에는 뜻이 있었다고 해도, "고주알"에는 별 뜻이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울긋불긋"·"울퉁불퉁"·"생게망게하다"·"티격태격"·"올망졸망"·"옹기종기"·"곤드레만드레"……처럼 별 뜻이 없이 운율(韻律)만 맞추어 나간 짝씨(疊語)들과 같이 생각할 수 있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우리말의 생리를 더듬으면 재미있다. 가령 노인네를 욕하면서 "영감 땡감……"하는 경우를 보자. "땡감""떫은 감"이라는 뜻이 특별히 있다고도 생각되겠지만, 그냥 ""과 운을 맞춘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끝도 가도 없다", "듣도 보도 못한다", "눈치코치" 같은 말은 뜻을 가지면서 운을 맞추려 한 흔적을 보여 준다. 그러나 부부를 낮춰 이를 때의 "가시버시", ""이 친구 또는 "숯불 피울 때 밑불에 닿는 숯"을 이른다고는 해도, "버시"에 특별한 뜻이 있는 것 같지 않고, "의지가지 없다" 할 때의 "가지"에도 역시 특별한 뜻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출처 : [박갑천,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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