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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 안도현 -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서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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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 김 일 연
인생의 봄, 여름 무성한 날 다 보내고
갈바람 차 한 잔에
빈 몸이 취하네
저문 강
나루에 앉아
이승의 나를 잃다
어떤 고행이 있어
여긴 바라밀인가
구름 둥둥 피어나듯 제 몸 풀어내는 잎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소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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