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2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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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 안도현 -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서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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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 김 일 연

 

 

인생의 봄, 여름 무성한 날 다 보내고

갈바람 차 한 잔에

빈 몸이 취하네

저문 강

나루에 앉아

이승의 나를 잃다

 

어떤 고행이 있어

여긴 바라밀인가

구름 둥둥 피어나듯 제 몸 풀어내는 잎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소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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