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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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 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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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옥 금

 

 

 

누굴까 불치의 병

끝없는 고뇌를 안고

 

차라리 죽어야 했던

이승 마지막 날에

 

붉은 피

콸콸 쏟아서

하늘 저 편 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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