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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 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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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 박 옥 금
누굴까 불치의 병
끝없는 고뇌를 안고
차라리 죽어야 했던
이승 마지막 날에
붉은 피
콸콸 쏟아서
하늘 저 편 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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