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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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 박인환 -

 

()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후의 노정(路程)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情欲)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불순한 욕망이 반사되고

농부의 아들은 표정도 없이

폭음과 초연(硝煙)이 가득 찬

()과 사()의 경지로 떠난다.

달은 정막(靜寞)보다도 더욱 처량하다.

멀리 우리의 시선을 집중한

인간의 피로 이룬

자유의 성채(城砦)

그것은 우리와 같이 퇴각하는 자와는 관련이 없었다.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저 달 속에

암담한 검은 강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시집 <박인환 시선집>(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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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 / 백 명 숙

 

 

 

완도섬 아래쪽에 정도리란 해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글동글 검은 돌이

오늘도 달그락대며 파도에 휩쓸린다.

 

 

신생대 지층인지 바람 속에 들리는 말

그래, 그래 둥글게 동글동글 사는 거야

파도가 밀어다 주는 물결 바람 다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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