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2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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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시집 <겨울바다>(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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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길리행/ 박 권 숙

 

 

한 시대가 가고 또 다시 한 시대가

유명의 깎아지른 물 한 고비 넘다 보면

등뒤엔 잊혀진 것들 기척만 남은 가을

 

 

바다의 후손들은 봉길리에 가서 운다

디딜 곳 하나 없는 울음의 영토에서

비로소 고요해지는 능바윗속 뼈 한줌

 

 

모래가 모래들을 바람이 바람들을

은칼로 베어내는 예각들의 먼 안쪽

한 시대 해안을 덮은 아, 축축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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