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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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버린

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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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기지 못하고 / 김 인 숙

 

 

신열을 동반한 지독한 통증

열병을 앓는 중이다

 

기다리던 바람은

끝내 불어오지 않고

 

단 하루

쉽게 건너는 법

못 배웠다 아직도

 

오십년을 다스렸어도

나를 이기지 못하고

 

제법 많은 길 걸었는데

또 다시 길을 잃어

 

언제쯤

나를 이길 수 있나

종점은 다 와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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