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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춘추>(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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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김태자
바람 끝에 찬비가
오락가락 스산스러워
묻혔던 아픈 고리의
빗장이 열리고
가랑잎 젖어 흐트러지며
먼 곳으로 다리를 놓네.
어둠은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고
오가는 걸음 속에
있을 것도 같은 누구
구태여 만나려 않는
서글픈 기다림이 있네.
밤은 고즈넉이
끝없이 보이는 단절로
멀어가는 인연을
혼자서 끌어안고
꿈에도 찾아 나서는
헛된 갈망이 있네.
<제22회 2004년 한국시조문학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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