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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 우거진 골에... 임제

임기종 2023. 7. 1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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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 우거진 골에... 임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잡풀이 무성한 데 왜 거기 누워 있소

그 미모 어디 두고 백골로 묻혔나요

술잔을 권할 수 없어 가슴 답답합니다.

 

임제는 1549128일 전라도 나주목 회진리(현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에서

5도 병마절도사를 지낸 아버지 임진(林晉)과 어머니 남원 윤씨 윤개(尹塏)의 딸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래로 임선(林愃임순(林恂임환(林懽임탁(林㤞) 등 남동생이 4명 있었고

여동생이 2명 있었다.

임제는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스승이 없었는데,

1570년 그가 충청도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길에 쓴 시가 성운(成運)에게 전해진 것이 계기가 되어

20세가 넘어선 나이에야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어머니를 여의고 글공부에 정진하였으나, 과거에 번번히 떨어졌다.

그러나 계속 학업에 정진하여 중용을 800번이나 읽은 일화가 유명하다고 한다.

1576(선조 9) 28세의 나이로 식년시 생원시와 진사시 양시에

각각 25위와 14위로 합격하였으며,

이듬해인 1577년에 알성시 문과에 을과 1위로 급제하여 흥양현감(興陽縣監),

서북도 병마평사(西北道兵馬評事), 관서도사(關西都事), 예조정랑(禮曹正郞),

홍문관 지제교(弘文館知製敎)를 지냈다.

그러나 본인의 호방한 성격, 동서의 붕당의 분쟁등으로 현실 정치에 개탄하고

명산을 찾아다니면서 시를 짓고 유람을 하다가 158739세의 나이로 고향인 회진리에서

여생을 마쳤다.

유명한 기녀였던 황진이가 인생 사십에 병에 걸려 쓸쓸한 산기슭에 묻히느니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 대로변에 묻어 주기를 유언하여 송도(松都) 대로변에 묻혔는데,

황진이의 기()와 예()를 높이 평가했던 임제는 그녀가 살았을 때 고대했던 만남을 바랬지만

뜻을 이루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기예(氣藝)가 일찍 저버림을 탄식하였고,

황진이의 무덤 앞에 넋을 달래며 제문을 짓고 제를 지냈다.

사실 황진이는 임제보다 십여세 연상이었다.

이후 조정에서 사대부가 기생에게 술을 올리고 그를 기리는 시를 지은 것을 문제 삼아

탄핵해 파직에 이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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