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어느 날 뮬라 나스루딘의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 뮬라는 잠을 자는 척 그냥 눈을 감고 도둑이 하고 있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뮬라는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생활 신조로 삼고 있었다. 그러니 도둑이 그의 잠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가 도둑의 직업에 간섭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도둑은 그가 이상하게 여겨져서 걱정이 되었다. 그가 집안의 물건들을 들고 가다가 떨어뜨려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도 뮬라는 잠만 자고 있었던 것이다. 도둑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 집 물건을 훔쳐 가는데 아무말도 안 하다니 참 이상한 사람이야!'
어쨌든 그러는 사이 모든 기구들이 밖으로 옮겨졌고 하다못해 베개까지 몽땅 밖으로 옮겨졌다.
도둑이 모든 것을 싸들고 자기 집을 향해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뒤따라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뒤돌아보니 바로 조금 전에 잠을 자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도둑이 말했다.
"왜 나를 따라오고 있는 거요?"
뮬라가 말했다.
"아니오, 나는 당신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오. 나는 집을 바꾸고 있는 것이오. 당신이 모든 것을 가져갔으니 이제 그 쓸모없는 집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어쨌든 나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라 나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오. 그런데 당신은 모든 것을 가지고 가면서 왜 나를 혼자 내버려두는 거요?"
도둑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일생 동안 도둑질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도둑이 말했다.
"당신 물건을 도로 가져가시오."
이에 뮬라가 대답했다.
"아니, 그럴 것까지 없소. 당신이 모든 것을 다시 옮겨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경찰을 부르겠소. 나는 신사처럼 행동하고 싶소. 나는 당신을 도둑이라 부르진 않겠소. 그저 당신을 내 집을 바꾸기 위해 나를 돕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단 한 번뿐인 짧은 생애라는 그대의 관념은 위험한 생각이다. 또한 그대는 그것들을 그대와 함께 가져갈 수는 없다. 그대는 빈손으로 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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