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무의식
여우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이 여우는 자기가 살던 동굴에서 어슬렁거리며 바깥으로 나왔다. 마침 이른 아침이었고 태양이 여우의 등 뒤에서 떠오르고 있었으므로 여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여우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아니, 내 키가 언제 이렇게 커졌지! 그렇다면 이제부턴 아침 식사로 낙타를 잡아먹어야겠군!"
여우는 아침 식사를 위해 낙타를 찾아다녔으나 낙타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한낮이 되었고 태양은 여우의 머리 위에서 비치고 있었다. 허기에 지쳐 고개를 내려뜨린 여우는 깜짝 놀랐다. 그림자가 사라졌던 것이다.
사실 그림자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역시 여우의 배 밑에 있었다. 여우가 존재하는 한 그림자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여우 스스로에게는 그림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모두가 그것을 볼 수 있었으나 여우는 볼 수 없었다. 그림자가 여우의 배 밑으로 숨었던 것이다. 소위 종교인이라는 사람들의 상황이 그렇다. 그들은 그들의 그림자, 그들의 에고, 그들의 분노, 그들의 탐욕, 그들의 야심을 무의식 깊은 곳으로 숨긴다. 그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의식 깊은 곳에 숨어 버렸기 때문에 그대는 그것들을 의식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