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공주 집에 새로 며느리를 맞는 큰 잔치가 있었다. 정명공주는 인조 임금의 고모가 되는 터라 특히 잔치를 성대하게 하기 위하여 중신들의 부인에게 참여하라는 명이 내려졌다. 그래서 정명공주 집에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중신들의 부인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차림새의 호화스러움은 가히 백화난만한 것이었다.
한데 그 와중에 보잘 것 없는 가마가 들어오더니 한 노파가 내렸다. 그 행색은 수수하기 이를 데 없어 여느 평민집 늙은이 같았다.
"저런 늙은이가 여기에는 왜 왔을까?"
"아마 어느 댁의 심부름 온 하인이겠지요."
성장한 부인들은 각기 한마디씩 하면서 비웃는 빛이 역력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정명공주는 황망히 내려가 노부인을 정중하게 맞으며 융숭하게 대접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공주마마께서는 저 늙은이를 꽤나 극진히도 대하시는군요."
"인자하셔서 그러시겠지만 좀 과한 것 같군요. 보잘것없는 하인배를 저토록 우대하시다니."
얼마 후 노파는 돌아가겠노라며 일어섰다. 정명공주가 만류하였으나 노파는 극구 사양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어서 돌아가 저녁을 지어야 합니다. 집의 대감은 약원도 제조로 일찍 대궐에 들어갔으며 이조판서인 큰아들은 정사가 많다 하여 대궐에 들어갔습니다.
둘째는 승지로 마침 입직하는 날입니다. 그러니 제가 가서 저녁을 준비하여 각기 보내 주어야만 한답니다."
그제서야 이 노파가 바로 재상 이정귀의 부인임을 안 손님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공손한 사람은 남을 모욕하지 않고 검소한 사람은 남에게서 빼앗지 않는다. (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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