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재미는 지들이 보고

임기종 2025. 2. 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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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절이 한 채 있었다. 그 절 뒷마당에는 감나무가 서너 그루 있는데, 가을이 되자 붉은 감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다. 어느 날 나무꾼이 지나가다가 이를 보고 마침 배도 고프고 하여 슬그머니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먹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젊은 중 하나가 여자를 데리고 뒤뜰로 내려오더니 감나무 밑 수풀 속에 앉는 것이었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 불공을 드리러 온 여자를 젊은 중이 꾀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중이 뭐라고 말하자 여자가 대답했다.

"안 돼요. 암만 말씀하셔도 난 과부니까 온 동네의 입길에 오르내릴까 무서워요."

그러자 중이 태연스럽게 받아 넘기며 말했다.

"그런 실수는 안할 거요. 이승에서의 쓸데없는 걱정일랑 다 걷어치우고 부처님께서 점지하신 즐거움을 누리는 게 좋을 거요."

하면서 젊은 중이 과부의 손을 슬그머니 끌어당겼다. 이쯤 되니 과부도 유혹을 못 이겨 그 자리에서 부처님께서 점지하신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둘이 다 오래간만에 치르는 일이라 일이 끝나자 여자가 풀밭에서 일어나 앉으며 중얼거렸다.

"저질러선 안 되는 일을 저질렀으니 만약 아이라도 생기면 어쩐담?"

"또 그런 걱정이네. 글쎄 안심하래두 그래. 아이가 생긴다 해도 위에서 내려다보시는 분께서 다 뒷갈망을 해 주실 텐데 뭘."

그 말을 듣자 처음부터 숨을 죽여 가며 지켜보고 있던 나무꾼이 깜짝 놀라외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재미는 저희들끼리 보고 뒷갈망은 내게 시키겠다구? 염치도 좋다."

이에 젊은 중이 소스라치게 놀라 풀밭에 푹 엎드려 떨면서 중얼거렸다.

"나무아미 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