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바보가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갔다. 그날은 마침 대들보 감을 구하는 중이어서 나무를 찍어 넘어뜨리는 것도 어렵지만 실어 오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바보는 궁리궁리 끝에 한 꾀를 생각해 내었다. 나무가 쓰러지면 곧바로 소 등에 얹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적당하게 거리를 짐작하여 소를 한 켠에 매어 놓고는 일을 시작했다. 바보라도 힘은 좋았던 터라 한참 도끼질을 하자 나무를 쉽게 넘어뜨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 큰 아람드리 나무가 소 등에 넘어지는 바람에 그만 소가 죽고 말았다. 이렇게 나무를 싣고 갈 소가 죽자 바보는 나무고 소고 다 팽개치고 도끼 하나를 달랑 메고 산을 내려왔다. 산을 다 내려와서 보니까 마침 산 아래 연못에 오리가 놀고 있었다.
'나무도 못 하고 소도 잃고, 에이, 저거나 잡아다 주면 색시가 좋아하겠는걸.'
바보는 있는 힘껏 도끼를 날려 오리를 겨냥했다. 그러나 오리는 잽싸게 날아가고 도끼만 맥없이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는 옷을 다 벗어서 연못가에 두고는 도끼를 찾으러 물속을 뒤져 보았지만 끝내 도끼를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연못가로 다시 나와 옷 벗어 둔 데를 찾아보니 이미 누군가가 옷을 가져가 버린 뒤였다. 발가벗고 나갈 수도 없고 별수 없이 밤이 되도록 잡목 숲에 숨어 있다가 나뭇가지로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집으로 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보니 대문이 잠겨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담을 뛰어넘어 들어가다가 그만 장독대에 떨어져서 장독이 다 박살나고 말았다. 사방에 고추장, 된장, 간장이 흩어지고 그런 난리가 없었다. 바보는 하도 미안해서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문 앞에 바로 애가 잠을 자고 있었다. 큰 덩치로 애의 배를 밟아 그만 애가 죽고 말았다. 그래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팠던 바보는 부엌으로 조용히 들어가 먹을 것을 찾았다. 깜깜한 가운데 찬장을 뒤지다가 찬장 위에 있던 칼이 뚝 떨어지면서 남자의 그것이 싹뚝 잘려 버렸다.
바보는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앓아 누웠다. 조금 후에 아내가 들어와서 왜 그런지 이유를 묻자 바보는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큰일났다. "
" 뭐가 큰일인데요? "
" 나무하러 갔다가, 그만 소를 죽여 버렸다. "
" 그까짓 것 한 마리 사면되지 뭔 걱정이에요? "
" 연못에 오리를 잡으려다 도끼를 잃어버렸다. "
" 아이고, 소도 없앴는데 도끼 같은 게 무슨 대수겠어요? 걱정마세요. 하나 또 사면 되지요. "
" 그런데 연못에서 나와 보니까, 옷이 몽땅 없어졌다. "
" 옷이야 하나 지으면 되지요. "
" 또 있어, 담 넘어오다가 장독을 끼뜨려서 장을 못 먹게 되었다. "
" 장이야 또 담그면 되지요. "
" 방에 들어오다가 실수로 아이를 밟아서 죽였다. "
" 아이야, 또 하나 낳으면 되지요. "
" 또 있다. "
" 뭔데요? "
" 배가 고파서 찬장을 뒤지다가 칼이 떨어져 그만 거시기가 잘려 버렸다. "
여기에 이르자 아내의 태도는 돌변했다.
" 뭐라구! 그게 없어? 그러면 어디다 써? 당장 나가! "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담(肉談) . 대팻밥 (0) | 2025.02.14 |
---|---|
육담(肉談). 네놈 대가리라면.... (0) | 2025.02.13 |
육담(肉談). 재미는 지들이 보고 (0) | 2025.02.09 |
육담(肉談). 기생의 남가일몽(南柯一夢) (0) | 2025.02.07 |
육담(肉談) . 그럴거야 (0) | 2025.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