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선비가 나이 스무살이 넘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다가 마침 내 적당한 혼처가 있어 사주를 교환하고 날까지 잡아 놓게 되었다. 그런데 이 늙은 총각이 은근히 처녀를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일이 었어 지나던 길이라 핑계하고 처갓집에 들리게 되었다. 저녁 무렵, 선비는 색시의 방이 있음직한 뒷 뜰로 나가 색시가 나오기를 기다리면 서성거리고 있자니까, 과연 얼마 후에 색시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지라 선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서 오줌을 누는척하였다. 색시 또한 장차 낭군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여 궁금하던 차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힐끗 사나이의 등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양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 색시는 미래의 남편 물건 크기를 보았던 것이다 처녀는 깜짝 놀라 곧 어머니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 싫어, 어머니, 난 절대로 시집을 안 갈래요. "
" 왜 이러니, 왜 이래? 어디 말해봐라. "
" 글쎄 병신이 되고 싶진 않은걸 뭐. "
" 병신? 그건 또 무슨 소리냐? "
색시는 아까 본 그림자의 이야기를 하였다. 딸의 이야기를 들으니 과연 의심도 드는지라 어머니는 그날 밤, 사랑으로 나가 장차 사위가 될 선비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한 즉, 선비는 픽 웃으면서
" 이거 원! 아니 장모님, 왜 그런 이야기를 믿습니까. 걱정이 되시면 보여 드릴테니 잘 보십시오."
어머니는 지체있는 여자였으나 원체 딸이 병신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이었으므로 자세히 검사하였다. 그리고는 안심이 되어
" 딸에게로 돌아가서 대패로 깎아낼 터이니까 염려말라 하더라고 말해 두겠네. "
문제는 완전히 수습되었고, 드디어 결혼식 날 밤에 신랑 신부가 사랑의 일전(一戰)을 몇 번 되풀이 한 뒤에 갑자기 신부의 말이
" 여보, 어서 지난번에 밀어버린 대팻밥을 다시 찾아올 수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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