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을에 가죽신을 만드는 갖바치가 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보기 드물 정도로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래서 이웃집 사람이 그녀와 한번 통정하고자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하루는 여인으로 하여금 자연히 생각이 일어나도록 하려고 일없이 갖바치 집에 가 보았다. 갖바치는 윗방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었고 그 아내는 건넌방에서 바느질 중이었다. 갖바치가 찾아온 뜻을 물으니 이웃 사람이 엉뚱한 일을 제안했다.
"나의 물건이 너무 커서 걷는 데 불편이 많소. 만약에 사슴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넣고 끈으로 허리에 졸라맨다면 좋을 성싶은데 그대가 주머니 한 개를 만들어 줄 수 있겠소?"
"그 물건을 한번 내어 보여주신다면 잘 만들어 드리지요."
이웃 사람이 등을 돌리고 앉아서 바지를 내려 보이는데 갖바치가 보기에 그 몸이 둥글고 길이가 반 자나 되어 보였다 그래서 갖바치가 놀라서 말했다.
"이것은 말의 그 물건과 흡사하니 참으로 훌륭한 것이구려."
"음……. 이 정도야 그저 그런 것이고 한번 행사할 때 본다면 가히 놀랄 만하지."
바느질 중이던 갖바치의 아내가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는 어떤 생각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 은근히 한번 사귀어 보리라고 다짐했다. 그때 갖바치가 이웃 사람에게 말했다.
"시간 나는 대로 곧 그것을 만들어서 가죽 궤짝 속에 넣어 두겠소. 내가 집에 없더라도 집사람에게 말하고 가져가시오."
며칠 후에 이웃 사람이 갖바치가 멀리 나가고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저녁때를 틈타 갖바치의 집에 나타나 일부러 갖바치를 불렀다.
"주인은 밖에 나가시고 안 계세요."
하며 갖바치의 아내가 대답하며 나왔다.
"부탁해 놓은 물건이 있소이까? 주인이 없더라도 가져가라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아시는지요?"
"그럼요. 이미 잘 만들어 궤짝 속에 모셔 두었지요. 들어와서 가져가세요."
이웃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서자 여인의 눈에 가을바람이 일렁였다. 이웃 사람은 여인의 마음을 알고 끌어안고 그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인은 이내 그가 남편보다 못한 것을 보고 꾐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어쩔 수 없어서 일을 끝낸 다음 후회하고 있는데 이웃 사람이 다음날 또 찾아왔다.
"주머니를 어제 가져가셨다는데 그래 잘 맞습니까?"
"조금 작기는 해도 무척 편리하오."
갖바치의 아내가 건넌방에서 이 말을 듣자 홀로 눈을 흘기고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네깐 놈 물건 크기는 넉넉히 삼백 개는 넣을 수 있을꺼다. 네놈 대가리를 처박는다면 겨우 맞을지 모른지..."
갖바치의 마누라는 속은 것을 몹시 후회했다.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담(肉談). 의원의 처방 (0) | 2025.02.15 |
---|---|
육담(肉談) . 대팻밥 (0) | 2025.02.14 |
육담(肉談). 당장 나가! (0) | 2025.02.12 |
육담(肉談). 재미는 지들이 보고 (0) | 2025.02.09 |
육담(肉談). 기생의 남가일몽(南柯一夢) (0) | 2025.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