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부처의 버선

임기종 2025. 2. 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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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늙은 중이 농부의 아내와 눈이 맞아서 농부가 없는 틈에 찾아와서는 재미를 보고 있었다. 어느 날 농부가 늦게 돌아올 줄 알고, 둘이서 이불 속에서 열기를 뿜고 있는데, 뜻밖에도 농부가 들어와서 문을 꽝꽝 두드렸다.

" , 문 열어! 뭣하고 있는 거야? "

중은 눈앞에 캄캄하여 허둥지둥 옷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버선 한짝이 없는지라 한쪽 버선만 신고 뒷문으로 살짝 빠져 나갔다. 그리고 여편네는 눈을 비비면서 문을 열러갔다.

"벌써 부터 잤단 말야? 이봐 사내놈을 끌어들였지? "

농부는 구석구석 찾아보았으나 증거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갑자기 감기가 들었는지 추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일찍 드러누웠어요. 어서 들어와서 녹여줘요. "

그 말을 듣고 보니, 농부가 싫지 않아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무엇인가 발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잡아당겨 보니까 낮선 버선 한짝이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아내를 족치기에는 너무나 증거가 빈약했으므로 농부는 훗날을 위해서 몰래 감추어 두었다. 이튿날 늙은 중이 농부의 집을 찾아왔다.

" 어서 오십시요, 스님 뭐 볼일이라도 계십니까? "

" 그것을 돌려달라고 왔네. "

" 그것이라뇨? 뭐 말입니까? "

" 시치미 떼지말게. 부처님의 버선 말아야. 자네 처가 아기를 원하길래 영험있는 그것을 빌려드린 것인데 대엿새 되었으니까 이젠 아이는 들었을게야. 어서 빨리 돌려 주게나. "

농부는 무거운 짐을 일시에 벗어 놓은 듯한 심정으로 기꺼이 버선을 스님에게 돌려 주었다. 그런데 과연 아홉달이 지나자 아내는 옥동자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