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마을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홀아비가 있었다.
큰딸이 이팔청춘을 넘긴 나이라 밥을 짓는데는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불편한(?)일이 많아 과부를 하나 업어올 작심을 하였다.
그때 아랫마을에 젊은 과부가 하나 살고 있었는데 도처에서 과부 업어 간다는 소문을 듣곤 밤이면 식칼을 베개 밑에다 놓고 자다가 남자들이 들어오면 칼을 휘둘렀고, 때로는 고추 주머니를 해놓고 들어오는 놈의 면상을 때리면 눈도 뜰수 없고 재채기만 하면서 되돌아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듯 방비는 하였으나 매일같이 할 수가 없어 머지않아 업혀 갈 것만 같았다. 과부본가에는 스무살이 되었으나 가정이 구차하다 보니 장가를 들지 못한 남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과부는 남동생을 집에 데려다가 자기 의복을 입히고 머리도 꼭같이 단장시키고 자기 방에다 자게하고는 자기는 본가로 가 버렸다.
윗마을 홀아비는 그 과부를 업으러 갔다가 상처만 입었다는 소문을 듣고 돼지같이 미욱한 청년 몇을 청하여 술을 한잔 먹이고 보쌈해 오게 하였는데 과부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큰 또아리를 씌워 데려왔고 홀아비는 희줒벌줒 침방하자며 덤볐으나 청년이 힘을 주어 달려드는 홀아비를 차니 실겅다리 아래까지 처 박혔다.
홀아비는 아마 첫날이니까 분이 안풀린 모양이라 생각하고 자기 딸에게 업어온 어머니와 동무하라 하였고 큰딸은 아버지가 말을 하니 진정 과부를 업어 왔으리라 여기고 거침없이 들어가 깍듯이 어머니라 부르면서 노하시지 말고 오늘밤은 자기와 동무하자면서 한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큰딸이 그 방에 들어간 후에는 격투가 벌어지지 않고 잠잠하였다.
나이가 스물이 넘도록 장가를 못든 놈이 말만한 처녀가 자기 이불로 들어오는데 가만 놓아 둘일이 만무였다.
이튿날 아침 업혀온 과부는 상투를 틀고 있었고, 큰딸은 부엌에 나가 울고 있자 아버지가 물었다.
" 왜 방정맞게 울고 있느냐?"
"아버지 방에 들어가 봐요. 업어 온 사람은 과부가 아니예요."
놀래서 방으로 가보자 상투를 청년이 올방대를 하고 앉아 있었다. 성이 상투 끝까지 오른 홀애비가
"너는 누구냐?“
"예? 저 말이오? 저는 어젯밤 업혀온 이집 사위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