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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招損(만초손)

가득차면 손해를 부른다. 집을 멀리 떠나있던 어느 부잣집 아들이 오랜만에 돌아와 집을 둘러보니 사랑채 서까래 하나가 썩어 있지 않은가. 아버지께 집을 수리해야겠다 하니 아버지께서 “얘야, 지금 우리집은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니? 서까래 하나 썩는 정도의 근심거리는 남겨 두어야 액을 막을 수 있단다." 하고는 집수리를 못하게 했다는 얘기다. 달도 차면 기울고, 언덕도 비바람에 깎여 낮아지고, 귀신도 가득 찬 사람에게 마(魔)를 주어 호사다마(好事多魔)이고, 사람들도 가득 찬 사람을 싫어한다. 이것이 ‘가득 차면 손해를 부른다’는 만초손(滿招損)의 이치다. 아버지는 이러한 滿招損의 이치를 알기에 행복이 가득 참이 오히려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썩은 서까래를 걱정거리로 남겨두어 집안의 액을..

좋은글 2024.03.25

초혼(招魂) - 김소월

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초혼(招魂) -시조 산산히 부서져서 흩어진 이름이여 부르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가슴에 맺힌 한마디 끝내 못한 이름이여. 사랑..

현대시조 2024.03.25

배려와 존중의 말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 아내의 생일 날 케이크를 사들고 퇴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쪽 발을 쓸 수가 없었다. 아내는 발을 절고 무능한 남편이 싫어졌다. 그녀는 남편을 무시하며 '절뚝이' 라고 불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절뚝이 부인' 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창피해서 더 이상 그 마을에서 살 수가 없었다 부부는 모든 것을 정리한 후, 다른 낯선 마을로 이사를 갔다. 마침내 아내는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을 무시한 것이 얼마나 잘못이었는지 크게 뉘우쳤다. 그녀는 그곳에서 남편을 '박사님' 이라 불렀다. 그러자 마을 사람 모두가 그녀를 '박사 부인' 이라고 불러 주었다. '뿌린 대로 거둔다.' 참 마음에 와닿네요. 상처를 주면 상처로 돌아오고, 희망을 주면..

좋은글 2024.03.24

가는 길 - 김소월(金素月)

가는 길 - 김소월(金素月)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가는 길 (시조) 그립다 말을 하니 할수록 더 그리워 그냥 갈까 하다가 한번 더 돌아보고 무심한 저산 까마귀 해저문다 보챕니다. 냇가에 흐른 물은 정도 없이 떠납니다 내 마음 모르는 체 제갈 길 서두르고 잠시도 멈추지 않고 쉬임없이 흐릅니다.

현대시조 2024.03.24

친구

어떤 남자에게 세 친구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친구는 그가 가장 좋아하고 신뢰하는 친구였고, 두 번째 친구는 좋아하기는 하지만 첫 번째 친구보다 소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친구는 친구라고는 생각했지만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먼 길을 함께 갈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함께 가고는 싶으나 갈 수 없노라고 거절했습니다. 그는 두 번째 친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자신은 마을 어귀까지는 같이 갈 수 있지만 더 이상은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몹시 실망했습니다. 마지막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자네가 가자면..

좋은글 202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