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산이 날 에워싸고 - 박목월(朴木月)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 한국현대시 2016.03.0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청노루 - 박목월(朴木月)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3인 공동 시집 {청록집}, 1946) ---------------------- 어느 산골 외딴집 /최 윤 표 사시의 촌음 속에 어느 산골 외딴집엔 호.. 한국현대시 2016.03.08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朴木月)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상아탑} 6호, 1946.5) -------------------- 물비늘 이는 날 /들샘 이 흥 우 꽃피고 지던 날에 깃털구름 틈새로 하-얀 아카시아 덧.. 한국현대시 2016.03.0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나그네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지훈(芝薰) - 박목월(朴木月)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상아탑} 5호, 1946.4) ----------------------- 희망/임 영 석 출렁이.. 한국현대시 2016.03.04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사슴 - 노천명(盧天命)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시집 {산호림}, 1.. 한국현대시 2016.03.02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내 마음은 - 김동명(金東鳴)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 한국현대시 2016.02.2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파초(芭蕉) - 김동명(金東鳴)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 한국현대시 2016.02.26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 김상용(金尙鎔)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문학} 2호, 1934.2) --------------------- 솔티골/조 길 수 깜부.. 한국현대시 2016.02.25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마음 - 김광섭(金珖燮)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나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가 어지러울까 나는 .. 한국현대시 2016.02.23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동경(憧憬) - 김광섭(金珖燮) 온갖 사화(詞華)*들이 무언(無言)의 고아(孤兒)가 되어 꿈이 되고 슬픔이 되다. 무엇이 나를 불러서 바람에 따라가는 길 별조차 떨어진 밤 무거운 꿈 같은 어둠 속에 하나의 뚜렷한 형상(形象)이 나의 만상(萬象)에 깃들이다. * 사화(詞華): 아름답게 수식한 시문.. 한국현대시 201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