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가다 -김억 오다가다 -김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 한국현대시 2015.11.03
봄은 간다 - 김억 봄은 간다 - 김억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태서문예신보" 9호, 1918.11) 한국현대시 2015.11.02
빗소리 -주요한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 한국현대시 2015.10.30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 한국현대시 2015.10.29
꽃 두고 - 최남선 꽃 두고 - 최남선 나는 꽃을 즐겨 맞노라. 그러나 그의 아리따운 태도를 보고 눈이 어리어, 그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코가 반하여, 정신없이 그를 즐겨 맞음 아니라 다만 칼날 같은 북풍(北風)을 더운 기운으로써 인정 없는 살기(殺氣)를 깊은 사랑으로써 대신하여 바꾸어 뼈가 저린 얼음.. 한국현대시 201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