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빗소리 -주요한

임기종 2015. 10.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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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폐허 이후", 19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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