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임기종 2015. 10. 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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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1

……ㄹ, ……ㄹ, , …….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ㄹ, ……ㄹ, , 튜르릉, .

 

        2

……ㄹ, ……ㄹ, , …….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ㄹ, ……ㄹ, , 튜르릉, .

 

        3

……ㄹ, ……ㄹ, , …….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ㄹ, ……ㄹ, , 튜르릉, .

 

       4

……ㄹ, ……ㄹ, , …….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ㄹ, ……ㄹ, , 튜르릉, .

 

       5

……ㄹ, ……ㄹ, , …….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ㄹ, ……ㄹ, , 튜르릉, .

 

        6

……ㄹ, ……ㄹ, , …….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ㄹ, ……ㄹ, , 튜르릉, .

* 나파륜 : 나폴레옹

 

 ("소년" 창간호,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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