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오다가다 -김억

임기종 2015. 11. 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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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다 -김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十里浦口)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 천 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조선시단" 창간호, 1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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