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도봉(道峰) - 박두진(朴斗鎭)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 한국현대시 2016.04.2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하 늘 - 박두진(朴斗鎭)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 한국현대시 2016.04.26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빈 컵 - 박목월(朴木月) 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 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를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하지만 세상에서 빈 것이 있을 수 없다. 당신이 서늘한 체념으로 채우지 않으면 신앙의 샘물로 채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나.. 한국현대시 2016.04.25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가정(家庭) - 박목월(朴木月)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 한국현대시 2016.04.22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이별가(離別歌) - 박목월(朴木月)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 한국현대시 2016.04.21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적막(寂寞)한 식욕(食慾) - 박목월(朴木月)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素朴)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 한국현대시 2016.04.20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불국사(佛國寺) - 박목월(朴木月)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 달 안개 물 소리 대웅전(大雄殿) 큰 보살 바람 소리 솔 소리 범영루(泛影樓) 뜬 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 바람 소리 물 소리 (시집 {산도화}, 1955) ------------------------ 봄에 띄우는 편지 /조 혜 숙 보리.. 한국현대시 2016.04.1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산도화(山桃花)․1 - 박목월(朴木月)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라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시집 {산도화}, 1955) ---------------------------- 봄길 /유 권 재 사람을 따라 난 길 길을 따라 가는 사람 길은 .. 한국현대시 2016.04.18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민들레꽃 - 조지훈(趙芝薰)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 한국현대시 2016.04.15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유치환(柳致環)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 한국현대시 201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