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대바람 소리 - 신석정(辛夕汀) 대바람 소리 들리더니 소소(蕭蕭)한 대바람 소리 창을 흔들더니 소설(小雪) 지낸 하늘을 눈 머금은 구름이 가고 오는지 미닫이에 가끔 그늘이 진다. 국화 향기 흔들리는 좁은 서실(書室)을 무료히 거닐다 앉았다, 누웠다 잠들다 깨어 보면 그저 그럴 날을.. 한국현대시 2016.05.1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저녁에 - 김광섭(金珖燮)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월간 중앙}, 1969.11) .. 한국현대시 2016.05.13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시인 - 김광섭(金珖燮)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아름 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篇)에 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 한국현대시 2016.05.12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산(山) - 김광섭(金珖燮)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 한국현대시 2016.05.11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성북동(城北洞) 비둘기 - 김광섭(金珖燮)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 한국현대시 2016.05.10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金顯承)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 한국현대시 2016.05.0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파 도 - 김현승(金顯承)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바다의 글라스여.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아, 여기 누가.. 한국현대시 2016.05.04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가을의 기도 - 김현승(金顯承)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 한국현대시 2016.05.03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아침 이미지 - 박남수(朴南秀)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한국현대시 2016.05.02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꽃 - 박두진(朴斗鎭)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들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시집 {거미와 .. 한국현대시 201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