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추억(追憶)에서 - 박재삼(朴在森) 진주(晋州) 장터 생어물(生魚物)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한국현대시 2016.06.1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자연(自然) - 박재삼(朴在森) 뉘라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사랑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시집 {춘향이 마음}, 1962) -------------------.. 한국현대시 2016.06.16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朴在森)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 한국현대시 2016.06.15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겨울 바다 - 김남조(金南祚)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 한국현대시 2016.06.13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너를 위하여 - 김남조(金南祚)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 한국현대시 2016.06.10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정념(情念)의 기(旗) - 김남조(金南祚)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 한국현대시 2016.06.0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보 리 피 리 - 한하운(韓何雲)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人 )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ㄹ 닐니리 (시.. 한국현대시 2016.06.08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전라도 길-소록도로 가는 길- - 한하운(韓何雲)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 한국현대시 2016.06.0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램프의 시 - 유 정(柳 呈) 날마다 켜지던 창에 오늘도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어둑한 황혼이 제 집인 양 들어와 앉았다.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득선득한 느낌 램프를, 그 따뜻한 것을 켜자. 얼어서 찬 등피(燈皮)여, 호오 입김이 수심(愁心)되어 가라앉으면 석윳내 서린 골짜구니 뽀얀 .. 한국현대시 2016.06.03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역(驛) - 한성기(韓性祺)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 비가 오고 ……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 한국현대시 201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