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바다와 나비 - 김기림(金起林)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어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 한국현대시 2016.01.2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지비(紙碑)* - 이 상(李 箱) 내키는커서다리는길고왼다리아프고안해키는작아서다리는짧고바른다리가아프니 내바른다리와안해왼다리와성한다리끼리한사람처럼걸어가면아아이부부(夫婦)는부축할수없는절름발이가되어버린다무사(無事)한세상(世上)이병원(病院)이고꼭치료(治療)를.. 한국현대시 2016.01.28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거울 - 이 상(李 箱)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 한국현대시 2016.01.2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오감도(烏瞰圖) : 시 제1호 - 이 상(李 箱)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 한국현대시 2016.01.26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白石)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 한국현대시 2016.01.25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여승(女僧) - 백 석(白石)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한국현대시 2016.01.22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여우난 곬족(族)* - 백 석(白石)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 한국현대시 2016.01.21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비 -정지용(鄭芝溶)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호, 1941.1) --------------------- [전주일.. 한국현대시 2016.01.20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고향(故鄕) - 정지용(鄭芝溶)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 한국현대시 2016.01.1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그의 반 - 정지용(鄭芝溶)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 한국현대시 201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