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金永郞)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 오매 : '어머나'의 전라도 사투리. * 장.. 한국현대시 2015.12.30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떠나가는 배 - 박용철(朴龍喆)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 한국현대시 2015.12.29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쉽게 씌어진 시(詩) - 윤동주(尹東柱)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 한국현대시 2015.12.28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참회록(懺悔錄) - 윤동주(尹東柱)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 한국현대시 2015.12.24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서시(序詩) - 윤동주(尹東柱)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한국현대시 2015.12.23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별 헤는 밤 - 윤동주(尹東柱)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 한국현대시 2015.12.22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길 - 윤동주(尹東柱)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 한국현대시 2015.12.21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尹東柱)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 한국현대시 2015.12.18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 한국현대시 2015.12.17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찿아 온.. 한국현대시 201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