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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집 {육사 시집},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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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더불어 - 박 시 교
북한산 더불어 산 지 십 수년이 되었다
오래 머물러 사는 이유 내게 묻지 마라
단 한번 마음 비우고 안겨보면 알 일이다.
눈 맞은 북한산은 강골의 지사형이다
그 아래 둥지 튼 이유 내게 묻지 마라
이웃과 사람 냄새 풍기며 사는 작은 마을 있다
여기 더불어 살면서 비로소 배웠다
가진 것 많을수록 무거운 짐이라는 걸
마침내 가벼워진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묻지마라, 북한산 더불어 사는 진정한 이유를
누구나 가슴에 숨긴 비밀 하나 있게 마련
그 열쇠 깎고 다듬으려 여기 산자락 빌려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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