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5. 12. 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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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尹東柱)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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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작/시조]

 

겨울, 연포에서 황성진

 

 

이 겨울 연포에서 파도 한 뿌리 캐어 본다

뜨겁던 여름 사내 온 몸으로 심은 그것

남겨진 잔물결 속에 밀려왔다 밀려가고

 

저 파도 뿌리는 늘 흰색 아니면 청색이다

사납게 일어나서 시퍼렇게 울다가도

가끔씩 잇몸 드러내 웃고 있는 것 보면.

 

어느 누가 있어 쓰라린 이 상처 위에

간간한 바람 주고 쓴 포말 보내었나

시퍼런 해안선마다 눈물자국 번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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