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5. 12. 2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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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 - 윤동주(尹東柱)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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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연적을 비우며/장명웅

 

 

먹보다 검은 속내 언제쯤 맑아질까

끈적한 벼룻물로 가슴을 갈고 갈아

묵향에 젖어든 온기, 가득히 안을 그 날

 

반질한 붓대 세워 농담(濃淡) 한껏 풀어두고

휘적댄 대나무 숲 문기(文氣) 얹어 더 푸를 때

휘영청 달빛 내려와 달무리로 번진다

 

격자 무늬 창틀 너머 은은한 저 달빛은

남몰래 묻어둔 일, 밤마다 들추어내며

푸르른 저 묵죽마냥 속까지 비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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