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5. 12. 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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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찿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 7, 1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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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캔 느낌 / 서벌

 

그대의 것도 되고, 나의 것도 되곤 하던

목너머 마을로 가는

나즈막한

이 오솔길.

 

인기척

혼자 내고 가는

항가새꽃

, 이 길.

 

이 길 고전(古典)의 갈피, 양켠은 율려(律呂)의 숲

 

어떤 봄 가을로 내

넘어가고

넘어왔나.

 

 

구절초

긴 휘인 마디마디

서리 감고

넘어선다.

 

얼른 날 저물어 달 오르면 좋겠다만

 

시절 끝 융랑찮아

난데없는

찬바람 홱.

 

우우(憂憂), 아니 수수(愁愁)

다 탄 불

잎들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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