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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찿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 7호, 1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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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캔 느낌 / 서벌
그대의 것도 되고, 나의 것도 되곤 하던
목너머 마을로 가는
나즈막한
이 오솔길.
인기척
혼자 내고 가는
항가새꽃
핀, 이 길.
이 길 고전(古典)의 갈피, 양켠은 율려(律呂)의 숲
어떤 봄 가을로 내
넘어가고
넘어왔나.
구절초
긴 휘인 마디마디
서리 감고
넘어선다.
얼른 날 저물어 달 오르면 좋겠다만
시절 끝 융랑찮아
난데없는
찬바람 홱.
우우(憂憂)히, 아니 수수(愁愁)히
다 탄 불
잎들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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