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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꽁지로 울지 않는다.

임기종 2015. 10. 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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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꽁지로 울지 않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열 번째 아들로키수의 항슈가 된  도쿠가와 요리노부가 젊었을 때 중병에  걸렸다. 그러자 까마귀 떼가  집 근처가지 날아와 시끄럽게 우짖어 댔기 때문에  가신들은 매우 꺼림칙하게  생각했다. 혹시 영주에게 불길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요리노부의 가신이자 다나베의 성주인 안도 나오츠구가 그런 측근들의 모습을 보고 느닷없이 물었다.

  "까마귀는 입으로 우는가, 꽁지로 우는가?"

  기이한 물음에 가신들이 우물쭈물했다.

  "그야 말할 것도 없이 입으로 웁니다만......"

  그러나 나오츠구는 깔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되지 않았는가, 만약 꽁지로 운다면 재수가 없을지 모르지만 단지 입으로 울고  있는데 왜 재수가 없다  말인가. 시시한 일에 쓸데없이 신경쓸 것 없어."

  과학 만능의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근대 과학의 세계를  받은 과학자들까지도 길흉의 조짐을 들먹이면서 시시한  미신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예가 의외로 많다. 그런 점에서 말하면 버스든 승용차든 차라고 이름 붙은 것들이 예외 없이 부적인가 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매달고  달리는 현실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적이  교통사고를 막아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 준다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부적을 매달아야  안정감을 얻는 원시적 정신의 소유자를 점점 심해지는 교통 지옥 속에서 운전하도록 놓아두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있을까. 물론 부적뿐만이 아니다황당무계한 미신이나 길흉조짐을 들먹이는 일이 횡행하고심지어는 종교까지도 이러한 행태에 한몫 끼여서 그것으로 부를  쌓아 간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까마귀는 입으로 우는데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