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非子 중에서 - 잘잘못에 대한 상과 벌은 정확히 처리 되어야 한다
진나라 문공이 초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구범을 불러 물었다.
"초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하는데, 상대는 사람 수가 많고 우리는 적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구범이 대답했다.
"신이 듣건대, 군자는 번잡한 예의를 지키는 것을 충실하고 성실하다고 하지만 전쟁에 임해서는 거짓으로 꾸며 속이는 것을 꺼리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임금님께서는 반드시 그들을 속여야만 합니다."
문공은 구범을 내보내고 옹계를 불러 물었다.
"장차 초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하는데 저 쪽은 사람이 많고 우리는 적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옹계가 말했다.
"사냥할 때 숲을 태워버리면 많은 짐승을 잡을 수 있지만, 그 후에는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속임수로써 백성을 대하면 한 순간의 승리는 차지할 수 있어도 결코 백성들의 신망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문공은 옹계를 내보낸 다음 구범의 모책에 따라 초나라와 싸워 승리를 했다. 그러나 전쟁에서 돌아와 논공행상을 하는데 옹계의 벼슬을 앞세우고 구범을 뒤로 했다. 여러 신하들이 궁금히 여겨 말하였다.
"전쟁은 구범의 꾀를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의 진언을 채택했으면서도 그에 대한 포상을 뒤로하여도 괜찮은 것입니까?"
문공이 말했다.
"이것은 그대들이 알 바가 못된다. 구범은 한때의 권도를 말한 것이고, 옹계는 만세의 이익을 말한 것이다."
공자가 그 말을 전해 듣고 말했다.
"문공이 패자가 됨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한 때의 임기응변을 알고, 또 만세의 이익을 알았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옹계의 대답은 문공의 물음에 합당하지 못하다.
무릇 물음의 대답에는 인유하는 바가 있으며, 물음의 크고 작음과 느리고 급함에 따라 대답해야 한다. 묻는 것은 높고 큰데 낮고 작은 것으로 대답한다면 현명한 임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문공은 적은 군대로 많은 적을 대적할 계책을 물었는데, 백성을 신망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은 물음에 대한 적절한 답이 못된다.
게다가 문공은 한 때의 권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으며, 또한 만세의 이익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였다. 전쟁을 하여 이기면 나라가 편안하고 몸이 안정되며, 군대는 강해지고 위엄이 선다. 비록 뒤에 백성을 신망을 얻는 일이 있더라도 이 보다 더 큰 이익은 못될 것이다. 또한 만세의 이익을 취한다 해서 환란이 닥쳐오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만약 전쟁을 하여 이기지 못한다면, 나라는 멸망하고 군대도 괴멸되며, 몸은 죽고 이름은 사라진다. 당장의 죽음에서 벗어나기도 바쁜 판국에 어느 겨를에 만세의 이익을 기다리겠는가. 만세의 이익을 기대함은 바로 오늘의 승리에 있으며, 오늘의 승리는 적을 속이는 데 있다. 적을 속이는 것이 바로 만세의 이익인 것이다. 그러므로 옹계의 대답은 문공의 물음에 맞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다 문공은 구범의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거짓으로 속임을 꺼리지 않는다고 한 것은 그 백성을 속이라는 것이 아니라, 적을 속이라는 말이다. 적이란 정벌할 나라를 말한다. 뒤에 비록 다시 신망을 얻지 못한다 한들 무엇을 조심할 것이 있겠는가.
문공이 옹계를 먼저 포상한 것은 그에게 공이 있어서인가? 초나라 군사를 무찔러 승리를 얻게 된 것은 구범의 계략에 의해서이다. 그러면 옹계의 말이 착해서인가? 옹계의 말은 착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구범은 양쪽을 겸하였다. 충실하다는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요. 성실하다는 것은 백성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그가 이미 사랑하고 속이지 않는 것을 말하였는데 이보다 더 착한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반드시 속임수를 써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전쟁의 계략이었을 뿐이다. 구범은 앞에서는 착한 말을 하고 뒤에는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게 하였다. 따라서 구범은 두 가지 공이 있는데도 논공에서 뒤로 밀리고, 옹계는 한가지 공도 없는데 우선하여 포상하였다. 그런데도 문공이 패자가 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공자는 논공행상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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