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0. 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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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 - 신경림 -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 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한국문학>(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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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처의 보시 /김 산 강

 

 

우리들 모두네가 남들을 품고 살 듯

남들도 하나같이 우리들을 품고 산다

그 누가 알든 모르든 겹겹으로 껴안고서

 

남의 아픔, 허물자국 무심결에 보더라도

먼저 내게 자리잡은 그림자라 생각한다

연리지 이음새처럼 시계 밖의 저음이여

 

기쁨이 클수록에 한 허리씩 수그려서

곁에 우는 외로움을 이고 지고 함께 간다

오만상 다 새겨내는 서푼 눈속 미각가여

 

 

*눈부처: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瞳人,동자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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