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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 - 신경림 -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 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한국문학>(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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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처의 보시 /김 산 강
우리들 모두네가 남들을 품고 살 듯
남들도 하나같이 우리들을 품고 산다
그 누가 알든 모르든 겹겹으로 껴안고서
남의 아픔, 허물자국 무심결에 보더라도
먼저 내게 자리잡은 그림자라 생각한다
연리지 이음새처럼 시계 밖의 저음이여
기쁨이 클수록에 한 허리씩 수그려서
곁에 우는 외로움을 이고 지고 함께 간다
오만상 다 새겨내는 서푼 눈속 미각가여
*눈부처: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瞳人,동자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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