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0. 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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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의상 - 조지훈 -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杜鵑)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힌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나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胡蝶)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문장3>(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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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水彩畵)/이병기

 

 

상쾌한 청명일(淸明日)에 밖에 나와 거닐어 보다

모란이 물 오르고 연한 수국(水菊) 속잎 피고

황량한 안뜰 그림자 비 온 뒤라 서늘하다.

 

어디나 오늘 따라 새로 찾는 산길 같고

마음은 어린 시절 욕심없이 맑아야지

살오른 물결도 좋아 날() 내음을 살리리라.

 

이런 때 상냥한 살결 서느러이 그려볼까

가장 아름답다는 말 이전에 사로잡은 빛

눈감고 앉는 사이에 구름 비껴 달로 뜨고.

 

이내 개인 아침 수채화 보는 마음이다

무언가 흐린 생각 종소리를 마셔가며

맑아서 심호흡 맞춰 늘 새롭게 거닐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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